예산안 처리 역시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우선 정부가 내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내는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오히려 올해 6050억원보다 1000억원 증가한 7050억원을 편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및 경기지사 때 추진한 대표적 ‘치적’인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비판하고 있어 정부와 민주당의 자존심 대결로 치닫는 분위기다.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은 현 정부 주요 사업과 관련한 예산도 전액 삭감하겠다는 태세다. 법적 근거가 없다며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예산을 전액 삭감했으며,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도 삭감하거나 대폭 축소했다.
법정 처리 기한이 보름 남짓 남은 가운데 헌정 사상 최초의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점쳐진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예산을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석수에서 밀리는 여당은 별다른 협상 전략 없이 민주당의 ‘국정 발목 잡기’ 프레임만 부각시키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결국 정부와 함께 국정을 책임지는 것은 여당인데 협상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도 “야당의 발목 잡기를 비판하는 것이 총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정 수행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경목/오형주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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